Health
나답게 살기 위한 새로운 컨디셔닝, 하남 케어허브
7월 새롭게 문을 열 하남 케어허브는 병원과 일상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련된, 인지기능과 신체 재활 통합 관리 공간이다. 그중 인지 영역을 담당하는 실비아헬스 고명진 대표를 만나, 인지장애를 두려움의 단어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건강 지표로 바라보는 방법을 들었다.

실비아헬스 고명진 대표
프린스턴대학교, 서울대학교 의대를 거쳐 뇌 건강 플랫폼 개발까지, 이 급진적 행보의 동기가 궁금하다
프린스턴대 재학 시절, 병원 봉사활동을 하며 환자와 보호자의 절박함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그때 더 분명해졌지만, 동시에 누군가가 ‘환자’가 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일에도 관심이 커졌다. 결정적 계기는 본과 1학년 때 찾아왔다. 할머니가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절반가량이 5년 안에 치매로 진행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5년 뒤면 나는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겠지.’ ‘그때 치매 환자가 된 할머니를 내가 제대로 돌볼 수 있을까.’
당시 병원에서 당장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뇌영양제 처방을 받고, 치매안심센터 책자를 안내받는 것이 전부였다. 책자에는 생활 습관 관리와 인지 활동이 중요하다고 적혀 있었지만, 정작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까지는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할머니와 함께 치매안심센터의 문을 두드렸는데, 워낙 도움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 우리 차례가 돌아오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때부터였다. ‘민간형 치매안심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실비아헬스가 디지털 기반의 뇌 건강관리 플랫폼이라면, 하남 케어허브의 실비아캠퍼스는 그 철학을 오프라인에 구현한 공간이다.
의학적으로 말하는 ‘인지기능’이란 무엇인가?
흔히 인지기능 하면 먼저 기억력을 떠올린다. 깜빡깜빡하거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면 덜컥 겁부터 난다. ‘인지능력이 떨어진 걸까? 혹시 치매일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인지기능은 범위가 몹시 넓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는 여러 기능이 함께 작동한다. 집중력, 기억력, 시공간 지각 능력, 판단과 계획을 담당하는 집행기능, 언어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크게 보면 이 다섯 가지가 일상을 지탱하는 핵심 기능이다.
운전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운전자는 앞을 보고, 옆 차선을 살피고, 신호를 판단하고, 언제 핸들을 돌릴지 결정한다. 동시에 손과 발도 움직여야 한다. 겉으로는 운동 기능처럼 보이지만, 그 모든 판단과 조절은 뇌 기능에서 출발한다.
이처럼 인지기능은 머릿속에서만 작동하는 능력이 아니다. 운전하기, 돈 관리하기, 약 챙겨 먹기, 대중교통 이용하기처럼 일상을 스스로 유지하는 힘과 연결된다. 그래서 인지 저하를 살필 때도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졌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해내던 일상 활동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러면 인지 저하와 치매는 어떻게 다른가?
많은 사람은 치매 하면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화장실 사용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진 상태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대개 말기 치매에 가까운 모습이다. 초기 치매의 경우 사회생활을 하고, 모임에 나가며,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요한 기준은 일상생활 수행 기능이다. 인지기능이 조금 떨어졌더라도 돈 관리, 운전, 약 복용, 대중교통 이용, 업무 처리 같은 일상 활동이 유지된다면 경도인지장애 단계로 볼 수 있다. 반면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해내던 일상 활동에 실제 지장이 생기기 시작하면 치매를 의심하게 된다.
대다수가 치매를 하나의 질환명처럼 생각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치매는 특정한 병이라기보다 여러 원인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그 결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 ‘상태’에 가깝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을 뿐, 혈관 문제나 다른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인지 저하를 곧바로 치매로 단정하기보다, 그 변화가 실제 일상생활 수행 기능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앞서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비율을 언급했는데, 반반이라면 나머지 50%의 희망이 있는 것 아닌가?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데 그치고 싶지 않다. 인지 저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관리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얼마나 꾸준히 실천하느냐다. 치매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아직 일상 기능은 유지되지만 객관적 인지 저하가 확인되는 상태로, 고위험군이다. 하지만 고위험군이 곧 확정된 미래를 뜻하지는 않는다. 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으면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시작해 진행을 막듯이 인지 건강도 앞단에서 관리할수록 얻는 이득이 크다.
최근 등장한 알츠하이머 신약도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보고된 치료제다. 이미 중기나 말기로 진행된 뒤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반대로 앞단에서 발견하면 약물 치료든 생활 관리든 인지 훈련이든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많아진다.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듯, 뇌 건강도 같은 마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떨까. 뇌 건강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문화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인지장애=치매’로 받아들이는 인식 때문에 심리적 장벽이 더 높다. 그래서 조기 대응도 쉽지 않고
실제로 초기 치매 진단을 받고도 가족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한 어르신이 있었다. 가족에게 알리면 자신을 요양원에 보낼까 봐 두렵다는 이유였다. 그만큼 치매라는 단어에는 질병 자체에 대한 불안뿐 아니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보내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함께 붙어 있다. 한편 검사나 관리를 권했을 때 “내가 치매라는 거냐”며 강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증상인 경우가 있다.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인지 변화의 한 신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단계의 사람들에게는 편견 없이,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나는 아직 괜찮은데 왜 그런 곳에 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야 한다.
용기 내 검사를 받고 판정을 받았다고 하자. 현실적으로는 그다음이 더 모호하다
검사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길이 선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지 저하나 경도인지장애 가능성을 알게 된 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더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다.
보편적인 인식보다 의학은 더 앞단으로 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20~30년 전부터 뇌에서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고, 이제는 PET 검사나 혈액 검사 등을 통해 훨씬 이른 시점에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40~50대에도 알츠하이머병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완치제가 없는 상황에서, 아직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당신은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있다”라고 알려 주는 것이 과연 당사자의 삶에 도움이 되는가. 미국에서도 유전자 검사와 조기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래 논의되어 온 윤리적 딜레마다. 일찍 아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니다. 알게 된 뒤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함께 준비되어 있어야 진정한 의미가 생긴다.
실비아헬스 서비스 초기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한 고객이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다. 우리 입장에서는 조기에 발견해 반가운 상황이지만, 정작 그분의 반응은 달랐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발견한 다음 어느 진료과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으니 아는 게 병이 된 셈이다.
그때 느꼈다. 발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는 것이 힘이 되려면, 알아낸 뒤에 할 수 있는 일이 선명하게 보여야 한다. 실비아헬스와 실비아캠퍼스는 “위험이 있습니다”에서 멈추지 않고, “이제 이렇게 관리해 봅시다”로 이어지는 길을 안내하기 위해 존재한다.
‘인지 관리’란 무엇인가?
이것도 범위가 넓은데, 몹시 간결하게 이야기하자면 운동과 닮았다. 운동은 곧 자극 아닌가. 뇌는 너무 편한 상태에만 머물면 기능을 유지하거나 키우기 어렵다. 요즘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전화번호를 외우고, 길을 기억하고, 약속을 머릿속에 넣어두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휴대전화와 내비게이션, 각종 알림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구태여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의식적으로 뇌를 쓰게 만드는 환경이 필요하다. 나는 이를 “뇌를 괴롭혀야 한다”라고 표현한다. 물론 심리적으로 힘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뇌에 적당한 자극과 긴장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운동할 때 어느 정도 힘이 들어야 근육이 생기듯, 인지도 적절한 자극이 있어야 유지되고 단련이 된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인지 예비능*이다. 목돈 나갈 일이나 어떤 위험을 대비해 보험, 적금 등을 드는 것처럼 뇌도 마찬가지다. 평소 뇌를 꾸준히 쓰고 단련해 두면 병리적 변화가 생기더라도 일상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수녀 연구다. 수십 년간 수녀들의 인지기능을 추적하고, 사후 기증받은 뇌를 분석한 연구다. 생전에는 기능을 잘 유지했지만, 사후 뇌에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병리적 변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을 발견한 사례가 있었다. 뇌만 보면 기능이 크게 떨어졌어야 할 상태였지만, 실제 일상생활 기능은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평생 활발하게 활동하고 뇌를 꾸준히 써온 시간이 완충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치매를 완전히 막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리 쌓아둔 뇌의 여력이 변화와 충격을 견디는 힘이 된다.
* 인지 예비능: 뇌의 노화나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 변화가 있어도 인지기능과 일상 기능을 비교적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뇌의 완충 능력을 말한다. 교육 수준, 직업 활동, 여가·사회 활동 등 평생의 경험이 인지 예비능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관리를 혼자서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운동할 때 자세가 중요하고, 내 신체 상황에 맞는 운동이 각기 다르다. 그래서 PT를 받는다. 누군가 옆에서 자세를 봐주고, 한 번 더 하게 만들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운동을 조정해 주기 때문이다. 홈트레이닝 영상을 아무리 봐도 스쿼트가 잘 안 되던 사람이 PT를 받고 제대로 된 자세를 익히는 것처럼 말이다. 인지 관리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혼자 해내라는 말이 아니다.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알려 주고,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게 조절해 주고, 꾸준히 이어가도록 곁에서 잡아주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실비아캠퍼스가 만들고자 하는 것도 그런 환경이다. 인지기능을 막연히 ‘좋아지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자극을 찾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돕는다.
인지 관리가 낯설고 후기도 적어 선뜻 시작하기 망설여질 수 있다
실비아캠퍼스는 이제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캠퍼스 자체의 후기가 충분히 쌓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실비아헬스를 운영하며 확인한 사용자 반응과 데이터가 있다. 실비아헬스가 디지털 기반으로 인지 훈련과 생활 관리를 돕는 플랫폼이라면, 실비아캠퍼스는 그동안 디지털에서 검증하고 다듬어온 관리 방식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공간에 가깝다. 인지 관리는 한두 번 체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가야 의미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사용자가 다시 들어오고, 다시 훈련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인지 훈련의 결과를 살필 방법이 있을까?
인지 건강 분야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계속 검증해야 한다. 실비아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미국 인디애나주 노인 주거시설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파일럿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가 국제 학술지 <Public Health in Practice>에 게재됐다. 12주 동안 모바일 기반 다영역 생활 습관 프로그램을 적용한 연구였고, 몬트리올 인지 평가, 즉 MoCA 점수에서 실비아 프로그램 참여군은 개선을 보인 반면, 일반 관리군은 점수가 낮아지는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한편 관리 프로그램 설계의 큰 틀은 핀란드 FINGER 연구*에서 확인된 다영역 접근과도 맞닿아 있다. 식이, 운동, 인지 훈련, 사회 활동, 혈관·대사 위험요인 관리를 따로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관리해야 인지 저하 예방에 더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실비아캠퍼스에서도 이 원칙을 오프라인 환경에 맞게 적용하려 한다. 단순히 태블릿으로 문제를 푸는 곳이 아니라 인지 훈련과 신체 활동, 정서 관리, 사회적 상호작용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 FINGER 연구란?
FINGER는 핀란드에서 진행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 치매 위험 인자를 보유한 60~77세 성인 1260명을 대상으로 2년간 진행했다. 연구진은 식이조절, 신체 운동, 인지 훈련, 사회 활동, 혈관·대사 위험요인 관리를 함께 적용하는 ‘다영역 중재’ 방식을 사용했다. 그 결과 다영역 중재를 받은 그룹은 일반 건강 조언을 받은 대조군에 비해 인지기능 전반에서 더 나은 변화를 보였다. FINGER 연구는 이후 치매 예방 연구에서 중요한 기준점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국·유럽·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이 방법론을 각 지역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후속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또 다른 평가가 있나?
효과가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우리는 그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
금융, 보험사 등 기업 파트너들과의 협업도 같은 맥락에 있다. KB라이프, 신한은행, 국민연금공단, 현대해상 등은 중장년과 시니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 혜택을 찾고 있었다. 실비아헬스는 파트너사 특성에 맞게 적용할 수 있고, 이용 현황을 대시보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B2B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실비아캠퍼스에서는 어떤 과정이 진행되나?
인지기능이 떨어졌다고 느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동시에 되돌릴 수 있는 원인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인지 저하처럼 보이는 변화가 실제로는 호르몬, 갑상선, 대사 문제, 수면 문제, 우울 등 다른 원인에서 비롯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남 케어허브 1층 의원에서 이 첫 단계를 맡는다. 인지기능 평가를 통해 객관적 저하가 있는지 확인하고,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신체적 원인이 있는지도 함께 살핀다. 초기에는 간단한 인지기능 검사로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더 정밀한 신경심리 검사나 상급병원 평가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빠르게 확인하는 일이다. 검사와 결과 확인까지 오래 걸린다고 느끼면, 그것 자체가 또 하나의 장벽이 된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반대로 불안만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주요 검사는 바쁜 현대인을 위해 당일 검사, 당일 결과, 당일 상담을 원칙으로 한다.
이후 실비아캠퍼스에서는 인지기능을 영역별로 더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의원의 처방을 바탕으로 임상심리사가 세나코그마커(SENA-CogMarker)를 수행하고, 태블릿 기반 인지 과제와 음성 반응 분석을 더한다. 말의 속도, 반복, 더듬는 양상 등을 함께 살피며 기억 기능, 주의 집중, 실행 기능, 단기·지연 기억 수행 수준, 일상 판단과 순서 인식 능력까지 구조적으로 파악한다.
기존의 치매 선별 검사가 ‘이상 있음’ 또는 ‘이상 없음’을 가르는 데 초점을 둔다면, 이 평가는 어느 영역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는 데 목적이 있다. 중요한 것은 점수 자체가 아니다. 평가 결과는 이후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출발점이 되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같은 평가를 반복해 변화가 실제로 일어났는지 데이터로 확인한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어떻게 관리하나?
먼저 어떤 기능이 약한지,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기능은 무엇인지, 장기적으로 훈련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세분화해 본다. 예를 들어 집중력도 하나의 기능이 아니다.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는 능력도 있고,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주의를 옮기는 능력도 있다. 기억력 역시 정보를 듣고, 저장하고, 다시 꺼내는 과정이 다르다. 이렇게 기능을 나눠 봐야 개인에게 맞는 관리가 가능하다.
프로그램은 경도인지장애인지, 초기 치매인지에 따라 달리 설계한다. 초기 치매처럼 이미 일상생활에 영향이 나타나는 단계에서는 일대일 맞춤형으로 접근한다. PT처럼 옆에서 집중적으로 보고, 필요한 기능을 개별적으로 훈련하는 방식이다.
반면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그룹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직 일상생활 수행 기능이 크게 무너진 상태는 아니지만,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더 떨어지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실비아캠퍼스는 이들을 6명 단위의 클래스로 운영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함께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다. 짝을 바꾸고, 서로 대화하고, 얼굴을 보며 상호작용하게 한다. 인지기능이 떨어질 때는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감정을 읽는 능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시작 전후 평가나 일상 변화는 어떤 기준으로 살피는가?
프로그램의 효과는 입소 전후 평가를 통해 확인한다. 실비아캠퍼스에서는 인지 영역을 세분화해 보고, 시작 전과 후의 변화를 비교한다. 집중력도 지속 집중과 주의 전환으로 나뉘고, 기억력 역시 정보를 듣고 저장하고 다시 꺼내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점수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 사람이 느끼던 불편감이 줄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검사 수치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능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계속 지키고 싶은 일상을 지켜주는 일이다. 그래서 반복되는 말이 줄었는지, 회의나 사회활동에서의 불편감이 줄었는지, 주변 사람이 변화를 알아차리는지까지 함께 살핀다.
인지 관련 분야에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치매 위험을 줄이고 우리 동네에서도 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완치제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있다. 적어도 내 동네 안에서 믿고 뇌 건강을 관리하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또 하나의 목표는 뇌 건강관리가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50, 60대부터 ‘이제 뇌 건강도 관리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와야 한다. 나이는 바꿀 수 없지만, 뇌 나이는 바꿀 수 있다. 실비아캠퍼스의 목표는 사람들을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인지 예비능을 쌓고, 자기 일상을 유지할 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곳에서 뇌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것을 일상에서 이어갈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첫발을 내딛기가 두려운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의 선택이 10년 후를 좌우할 수 있다. 아니, 나만의 10년이 아니라 내 가족의 10년까지 좌우할 수 있다. 병이 많이 진행된 뒤에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가족의 일상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뻔히 예상되는 어려운 길로 가지 않을 수도 있으니, 부디 지금 혈당이나 혈압을 체크하듯 편하게 우리를 찾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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